변곡들

취업을 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드디어 탈백수의 기회를 얻었다. 박봉이지만 장기적 직업 플래닝과 직무 적합성에 잘 들어 맞았다. 그래서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지. 백이든 삼백이든 행복의 질적 수준에는 커다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나란 인간은 온갖 물질적인 충족 가운데서도 매번 정신적 여백을 온 몸으로 짊어지며 미래의 다른 상상들이 직관되기를 열망하는 타입이므로 더욱.

다음주면 거진 4년 동안 살았던 신림 고시촌을 떠난다. 서울 속 외딴 곳, 고시낭인들이 꾸리는 자신들만의 서울, 서울 속 지방.. 인 고시촌에서 떠나 홍은동으로 이사한다. 이사 날짜는 아마 다음주 토요일. 대학 졸업 후 1년에 한 번은 이사를 다녔기에 이 또한 아무렇지 않다. 내겐 서울의 모든 곳은 만개의 자동차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내뿜는 퀴퀴한 맛 이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아무렇지 않다. 그렇지만 고시촌에서 내가 나를 기뻐했고 슬퍼하며 우울을 밥먹듯 했던 감정의 기억들은 억만 시간의 저편으로 이동하겠지.  

뭘하든 돈이 내가 당장에 하는 걸음들을 막는다. 쉽게 걸을 수 있는 기회도 날려버린다. 구비구비 꾸불한 길 위에서 말무새를 고치고 또 고치며 그리고 적당한 행동질을 위선으로 후려치며 앞 일을 도모해야 한다. 타르코프스키가 자신의 일기에서 자신의 예술가적 의지를 다듬으면서도 대부분의 일기를 돈돈돈으로 도배하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한 노령이 그랬지. ‘돈은 생물이라고’. 돈은 생물이라서 있다가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정도는 괜찮다 싶을 때에도 저 멀리 가버리는 것이 돈이라고.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길목에서 돈돈돈 아우성이 예비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고달프다. 남은 인생에서 하는 일이라곤 돈이라는 생물과의 끝모를 협상이 될 것인지.

이치로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선수다. 미리 비교하면 이승엽과 이치로의 가장 큰 차이가 그거다. 이승엽은 결과를 쫓아 다녔고, 이치로는 과정을 봤다는 것. 안타를 때렸든 삼진을 당했든 문제 삼지 않고, 내 스윙을 했는가를 문제 삼는 게 이치로다. 말 그대로 완전주의자다. 반면 결과를 보는 이승엽은 아무래도 성적이 올라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엄격하고 연습량도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야구에 모든 걸 투자하는 것, 이치로는 그 부분에서 확실한 선수다. 

– 김성근 감독, GQ와 인터뷰 내용中   

작년 월드컵 전후로 이영표 선수가 강조했던 멘털의 개념과 유사한 생각을 야신에게서도 발견함. 결과는 목표가 될 수 없다. 과정이 과정을 낳고 그 과정 사이에서 목표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없어진다. 어떤 결과가 발생해도 중요한 건 과정 사이사이에서 내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일뿐. 음.. 결과 중시와 과정 중시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인생의 격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는 오직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확인할 수 있을 듯. 이런 건 타인의 삶들을 비교하며 결론 내릴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절대 아닌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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