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적하기만 할 뿐 아직 꺼내지도 못한 지난 두 달

퇴근 전.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보낸 시간을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그야마로 ‘하드코어’라 할 수 있다. 입사를 하기 전 내가 짊어지던 시간은 매일 밤 무한정 여백을 남기며 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끊임없이 자문하도록 만든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보낸 시간은 그야말로 할 일들로 둘러 쌓여 하루하루 속도전을 펼치는 하드코어 그 자체였다. 물론 이런 감상은 아직 이 분야에 겨우 발을 들인 초입자로써 의당 부르짖는 볼멘 소리에 가깝다. 경력의 칼날이 점점 날카로와진다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더 극단의 하드코어가 나를 기다릴 수 있다.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바보에서 탈출하고 있는 듯한 느낌. 이 느낌을 상투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는 무언가 받아들이고 배우는 듯 하지만 의식적으로는 아무 생각 없이 일만 주구장창하는 것 같은 느낌. 내가 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을 내 안 깊숙히 받아들이고 쳐내고 있으면서도, 주변을 둘러 보면 남아 있는 건 오로지 내 입의 단내였음을 발견하는 느낌. 감정을 온 종일 사회적 페르소나를 방어막으로 해서 절제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하루를 돌이켜 보면 결국 감정을 모두 소진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는 느낌.. 등등 

이런 바보 같은 상황에서 UMC의 랩은 내게 정신을 똑바로 뜨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UMC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본질을 꿰뚫어 추악한 면모를 고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독존자로 남아 있게 한다. 랩 가사에 실린 그의 뼈아픈 독설은 사회적 교훈을 내재화한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비정상성을 겨냥한다. 너무도 착한 우리가 매순간 저지르는 나태한 올바름을 그는 비정상적으로 비튼다. 매우 나태한 내 마음도 그의 랩을 통해 언제고나 울렁이고 있지만, 빠듯한 생활 안으로 들어서면 핑계할 틈 없이 버스 안 창문 밖으로 그려내는 공상으로 머무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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