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광사설春光乍洩

서울 속 시골 같은 미소한 동네, 포방터 마을

지금 사는 동네는 정말로 서울에 얼마 안남은 마을다운 마을 같은 느낌입니다. 비록 육중한 고가도로가 끊임없이 자동차 굉음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여기 포방터 마을은 언제나 세상 모르게 조용하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싶도록 따뜻한 봄햇살이 그대로 땅과 하늘을 비추는 –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 마을입니다. 

오늘 점심은 미소하게 특별했습니다. <지붕밑에>라는 이탈리안 가정식 집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정말로 유럽 시골 마을에 있는 가정식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곳입니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주인장이 취미 삼아 모아 놓은 듯한 유럽의 골동품 식기들이 오밀조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힙하다는 곳의 천편일률적이고 인위적인 세련미는 없고, 주인장의 손이 탄 듯한 오브제들이 촌스럽게 흐트러진 것이 더 진득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음식은 그야말로 유럽 가정식입니다. 오늘 선택한 알리오 피자는 올해 초 여행 갔던 베를린의 마우어파크 벼룩시장에서 잘생긴 소년이 엄마와 함께 팔았던 지중해식 피자 맛이 나 정말 기뻤습니다.

가끔 어둑하지만 그 사이에 비추는 햇살 덕분에 좋았다

오늘은 회사에 가지 않는 날입니다. 그래서 온종일 집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디자인 습작도 해보고, 재미있는 영상들도 보았네요. 요새는 프리랜서처럼 일을 하고 있습니다. 2틀 일하고 하루 재택하고 중간 중간에 종종 다른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식으로 근래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네요. 이렇게 된 것은 기획자로 시작한 제 업業을 업그레이드하고자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그 공부를 할 수 있는 날씨 좋은 날입니다.

지난 2년 간 정신 없이 일에 매달리면서도 자기만의 글을 몇 번 쓰려고 노력했는데 모두 별 볼일 없는 생각들만 어지러이 쌓이기만 했습니다. 아직 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진짜로 일이 너무 많고 시간이 없어서 내 자신의 문장 한 개도 마음에 기록하기 힘들어서일까요. 여하간 경험하는대로 살아가고, 살아가는대로 생각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특별했기에 글을 써보았네요. 햇살 쨍 내린 땅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일까요. 마음은 가끔 어둑어둑하지만 사이사이 잠시 비추이는 햇살 덕분에 위로를 받아서였을까요.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 없음 입니다:)

1 Comment

  • 이소진 댓글:

    포방터 마을.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이 곳곳에 녹아있는 곳입니다.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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