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와 쓰기에 대한 작은 생각

개인 홈페이지를 다시 개설해 놓으니 콘텐츠 만들기에 대한 작은 욕구가 움튼다. 최근에 열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디자인 포트폴리오 작업물을 정리하는 것 외로, 나름의 생각과 연구 자료들을 체계화된 텍스트로 정리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초 이 공간은 디자이너와 기획자로써 쌓고 있는 과업의 결과물을 정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지금은 여기에 더하여 텍스트 혹은 생각의 콘텐츠를 부끄럽지만 작은 깜냥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내가 디자인을 뒤늦게나마 시작하게 만든 욕구와 연결된다. 좋은 결과물을 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나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보편적인 창조 욕구 같은 것 말이다.

씀씀이의 유용성

창조 욕구는 자신의 일상적 삶을 채우는 몇 개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창조 욕구의 데이터베이스는 대부분 일상에서 축적된다. 일상의 거리와 공간 속에서 한 개인이 마주하는 숱한 오브제, 이미지, 기호들이 바로 데이터베이스의 백데이터다. 그리고 개인은 이 백데이터를 일상 속에서 매일 같이 자기만의 방으로 집적해 나간다. 이를테면 누군가 건축학적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면 그가 도시의 거리를 거닐다 마주하는 건물들은 단순히 콘크리트 구조물 집합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화자’로 간주된다. 화자의 이야기만을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만 하는 건 인간의 본성적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제 건축에 관심을 가진 그는 ‘보는 것’에서 무언가 ‘쓰는 것’으로 이행한다. 쓴다는 건 ‘글’만을 말하지 않는다. 건물이 말하는 이야기로부터 자기만의 반응, 이해, 판단, 감정을 마음 속으로 써내려가는 것 자체도 ‘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쓰기’는 ‘보기’를 보다 명료하게 한다. 우선 쓴다는 것은 보고 느낀 바를 오브제에 이름을 붙이며 그 관계를 세밀히 분류하는 작업이다. 거리에서 스쳐 지나간 추상적인 대상은 씀씀이를 통해 보다 구체화된 이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름을 가진 것에 대해 우리는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며 자기만의 이이기를 만들어 간다.

내가 디자인을 늦었지만 그래도 하겠다고 시작한 이유도 ‘보기 to see’에서 ‘쓰기 to design’로 이행하고싶은 욕구 때문이었고, 텍스트를 작은 리서치 형식으로라도 써보려는 것도 책 ‘읽기 to read’를 ‘쓰기 to write’로 만들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 이 모든 이행과 변화는 나의 일상을 조금은 힘 있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쓰기의 진정한 힘은 일상에 마주하는 세계를 현상학자들의 말처럼 더욱 ‘현전’ 및 ‘현존’하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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